작년 10월부터 대단한 관심을 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Six Centuries of Beauty in the Habsburg Empire)' 전시가 이제 전시 종료까지 한 달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자 여러 매체에서도 합스부르크 전시회에 대해 많이 다루었었는데요.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어떤 작품에 주목할 만한지 짤막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
아무래도 이 전시회의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로, 루이 14세의 왕비였던 마리아 테레사의 이복여동생이자 카를로스 2세의 친누나이기도 합니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이후 외삼촌이었던 레오폴드 1세와 결혼하며, 신성로마제국 황후에 오릅니다.
아마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낯선 인물명과 현대의 관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혼관계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이 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전시회 이름에도 등장하듯이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자료 등에서 많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시면 이해하시는 데에 더 수월하실 겁니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사실 22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는 등 역사상 크게 주목받은 인물은 아니지만,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녀의 초상화가 유명해 그 이름을 알리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보신 초상화도 벨라스케스의 작품입니다. 사실 그가 그린 마르가리타 공주 초상화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은 따로 있는데 바로 다음에 보실 '시녀들'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 포함되기를 기대하셨던 분들도 많으셨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왕궁에 소장되어 있다가 이후 프라도 미술관에 옮겨지며 일반 대중에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
많은 분들께는 친숙하신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도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마리 앙투아네트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여성 화가라는 점입니다.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비제 르브룅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총애한 화가로, 뛰어난 수완과 실력으로 왕비의 신임뿐만 아니라 귀족, 배우 등 다양한 후원자로부터 성원을 받았습니다. 비제 르브룅은 기존의 경직된 초상화 전통을 깨고 자연스럽고 세련된 자세를 취하게 하였으며, 감각적인 색채 표현으로 작품을 매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번 전시에는 비제 르브룅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도 함께 포함되었는데요. 바로 아래 그림이 그녀의 초상화입니다.
"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
이 그림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책이나 여타 매체를 통해 보신 적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피터르 파울 루벤스는 17세기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림 좌측에 두 남자는 나그네로 변장한 주피터와 머큐리입니다. 이들은 프리기아라는 마을을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고, 유일하게 이 노부부만이 그들을 대접했다고 합니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필레몬, 거위를 잡으려 하는 사림이 바우키스입니다.
루벤스의 작품이 이 외에도 '은둔자와 잠자는 안젤리카'라는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요. 함께 찾아보시면 더욱 좋으실 것 같습니다.
" 꽃다발을 꽂은 파란 꽃병 "
얀 브뤼헐 1세의 이 꽃 그림은 정말 꼭 실제로 보셨으면 할 정도로 정말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독특하게 이 그림에서는 검은 붓꽃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얀 브뤼헐 1세는 정물화에 종종 검은 붓꽃을 넣었다고 합니다.
브뤼헐 가문은 16-17세기 플랑드르(지금의 네덜란드)에서 저명한 화가 가문이었습니다. 피터르 브뤼헐 1세는 농민들의 삶을 주제로 한 풍속화로 북유럽을 대표하는 화가였고, 피터르 브뤼헐 1세의 차남인 얀 브뤼헐 1세는 정물화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화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꽃의 크기가 종류와 상관없이 비례가 무시되고 위로 갈수록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꽃들이 서로 겹치지 않아서 그림자도 거의 지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이 꽃들이 심지어 같은 계절에 피는 꽃이 아니라는 점은 이 그림을 더욱 재미있게 합니다. 사실은 이 정물화는 실제로 보고 그렸다기보다 모든 꽃이 예쁘게 잘 보이도록 그린 정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얀 브뤼헐 1세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화풍을 만든 얀 판 덴 헤케의 작품도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꽃다발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꽃다발 뒤편으로 성벽이 공격받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튤립은 역사적 사실을 숨기는 허상을 뜻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성벽이 아니라 화려한 꽃에 머물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작품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개를 소개해보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 많은 분들께서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려주고 계신 만큼 가시기 전에 가볍게 한번 찾아보시고 가는 것도 작은 꿀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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