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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그림

흙수저 늦깎이로 데뷔한 화가 '앙리 루소'는 사실 왕따?

by 오늘큐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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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미술 등 예술사에서 큰 획을 그렸던 대부분의 인물은 집안 배경이 탄탄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명문가, 즉 귀족 집안이었거나, 부유한 상인 집안이었거나, 아니면 대대로 예술을 하였던 집안의 인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집안 배경 없이도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한 인물들도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앙리 루소가 그 대표적인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yself- Portrait – Landscape (1890)

앙리 루소의 아버지는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어렵게 자랐습니다. 심지어 5살 때 아버지의 파산, 고등학교 중퇴 등 어린 나이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이후 변호사 사무실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던 때에 돈을 훔치다 걸려, 이 죄를 사면받기 위해 7년간 군에서 복무해야 했습니다. 군 복무 5년 차가 되던 해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하루아침에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되었고, 강제 제대 명령을 받았습니다. 

 

루소는 군에 복무하며 그림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곧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파리의 세금징수소에 들어가 세무공무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가난을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일이 없는 일요일에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전문 화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세무공무원에서 은퇴한 직후인 1894년 '앙데팡당전'에 작품을 출품하면서부터입니다. 

war(1894)

출품한 작품 중 '전쟁'이 대표작인데요. 전체적으로 원근감은 물론 비율, 명암 등 표현이 매우 미숙해 보인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앙리 루소는 당시 많은 이들로부터 비웃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루소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루소는 이후 그의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잠자는 집시' 등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듯한 작품을 다수 남겼습니다. 그의 약점이 오히려 그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창조력으로 발휘되었습니다.

 

The Sleeping Gypsy (1897)
Fight between a Tiger and a Buffalo (1908)
The Dream (1910)

루소의 그림에서 정글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하지만 사실 루소는 한 번도 프랑스를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외국에 나갈 여유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루소 그림에 나오는 정글은 모두 식물원에서 본 이국적인 식물 등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것입니다. 

 

루소의 화법은 후대 입체파에 영향을 끼쳤고, 그의 상상으로 재탄생된 작품들은 이후 초현실주의를 이끌었다. 재미있는 일화로 루소는 파블로 피카소와도 인연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의 그림이 다시 재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피카소가 루소의 그림의 진가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루소의 그림에 감명을 받은 피카소는 1908년 젊은 예술가들을 모아 당시 64세였던 루소를 위한 파티를 열기도 했었습니다.

Jungle with Setting Sun (1910)
Tropical Forest with Monkeys (1910)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49세라는 늦깎이로 정식 데뷔한 루소. 비록 당시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조롱을 받는 일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작품이 빛을 보게 된 것은 그의 일생 중 아주 잠시였을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은 이후 미술사 흐름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제일 빠른 때라는 말도 있죠. 포기하고 싶을 때, 아직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을 때. 앙리 루소를 생각하며 임해보는 건 어떨까요?


Henri Rousseau(1844-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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